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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초록볼펜
1
가시철망으로 얼기설기 엮은 울타리에
나팔꽃도 올라가고
강낭콩 덩굴도 올라간다.
우리 집 쪽으로 달린 건 우리 콩
한서네 집 쪽으로 달린 건
한서네 콩
한울타리에서 딴 강낭콩밥은
제각각 먹고 학교로 간다.
2
대학 2년 가을에
비룡극장 빌려 시화전을 열었다
내가 쓴 시를
하얀 종이 바른 나무액자에
연주가 옮겨 쓰고 그림 그려 벽에 걸었다
30년 전 내가 썼던 시는 잊었지만
연주가 그렸던 사슴은 선명하다
3
입학식이 끝나면 교실로 들어가
한 줄로 죽 늘어서서 키 순서대로
번호가 정해진다
남자 끝번 건성이
여자 일 번 나!!
햇볕 좋은 날
남자는 삽을 들고
여자는 호미를 끌며
선생님 따라 운동장 가는 길
건성이가 휙 돌아보며
"괭이가 너보다 크다 ㅋㅋㅋ"
"뭐~~~어???"
그날 신작로 한복판에서
건성이는 죽을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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