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강렬한 제목으로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특히 제목에 심혈을 기울인다.
자신의 민낯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이처럼 강한 제목을 내놨다는 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물론 작가는 제목뿐만 아니라, 인물들에게도 책임을 지어야 한다.
먼저 보내야 하는 아이와,
남은 아이의 고통 속에서
얼마나 가슴 아팠을지
작가의 깊은 애절함이
느껴진 작품이다.
인터넷 기사는 이제 안 본다. 믿지도 못할뿐 아니라,
뉴스에서 등장하는 사건 사고의 기사들을 읽으며
이 많은 글 들 중,
사실을 쓰고 있는 글은
몇 가지나 될까?
자신의 기사가 주목받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과 글, 진실 유무와 상관없이 내보내는 방송, SNS의 문제점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제목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아니 거부감이 드는
'죽이고 싶은 아이'
벽돌에 맞아 살해당한
서은의 절친 주연이 살해자로 지목되면서, 주연의 살해 여부와 상관없이,
'답정너'로 주연은
법정에 서게 된다.
제목만큼이나 소설의 내용 역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17세 소녀가 유력한 용의자 입니다."
어느 날 학교 뒤 공터에서 서은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주연의 지문이 가득 묻은 부서진 벽돌은 주연을 범인이라고 지목하지만, 주연은 그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학교에서 죽어 간 열일곱 살 소녀'라는 자극적인 방송, 진실인지 아닌지 확인 없이 내보내는 기사들,
자극적인 말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SNS,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마치 진실처럼 포장하며,
친구를 살해한 건 주연이라 확신하듯 마녀사냥이 시작된다.
서은과 주연은 중학교 때부터 둘도 없는 단짝 친구이다.
"그때 주연이가 한바탕하고 나서는 아무도 서은이한테 왕따니 어쨌니 그런 말 못 했어요. 아마 서은이한테 주연이는 슈퍼맨이나 아이언맨 같은 존재였을걸요, 주연이 덕분에 친구도 많이 사귀고 그랬으니까. ....
제가 아는 건 그게 다예요. 주연이가 서은이 구세주였다는 거."
"절친 좋아하네. 누가 절친을 그렇게 대해요? 지주연이랑 박서은은 절친이 아니라
계약 노예 같은 사이였다니까요.
개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눈에나 절친이지. 진짜 지주연 그년은 악마에요."
진술은 엇갈리고 서연은 정말 자신이 서은을 죽인 건 아닐까. 고민에 빠진다.
모든걸 기억하면서도
서연을 만난 그날의 일이 지워져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주연의 부모는,
비싸고 좋은 것, 아이가 아닌, 본인이 가지고 싶은 건 뭐든 사주는 돈 많은 부모다.
정작 딸이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지 관심이 없다.
그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어떻게 보일지 중요한 사람들이다.
부모도, 자신을 변호하는 변호사조차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재판은 시작된다.
주연에게 서은이는
힘들 때, 외로울 때, 기쁠 때 언제나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사람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다.
사랑에 목말라하고
외로운 주연에게 서은은 자신의 모든 걸을 이해하고 알아주는 소중한 친구였다.
서은에게는 언제나 진심이었는데...
마지막 법정에서 진술한 목격자의 진술, 서은을 향해 들었던 벽돌을 들고 교실을 향해 뛰던 주연이 창문을 향해 던진 벽돌이 서연을 향한 벽돌이라는 진술과 함께 사건은 종결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진실과 맞닥뜨린 적은 있는가?
진실은 세상에 존재하나?
아니,
진실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 지는 이 시대.
우리가 만든 시대에
희생되어 가는 또다른 사람들.
흔하게 쓰이는
먹먹함이란 단어가
내가 읽은 이 작품의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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