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위기철
펴낸이 : 강일우
펴낸 곳 : (주)창비
http://aladin.kr/p/fuQM
위기철 작가님의
《이야기가 노는 법》은
3년 동안 계간
《창비 어린이》에 '동화를 쓰려는 분들께'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엮었다고 합니다. 입말로 적혀 있어서 두껍긴 해도 술술 잘 읽힙니다.
동화 작법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어보았지만 가장 쉽게 설명되어 있더군요.
물론 저만의 느낌입니다.
《아홉 살 인생》과《무기 팔지 마세요》를 익히 읽은 터라, 이론서임에도 두 작품에서 느꼈던 문체와 분위기가 되살아 나는 듯한 느낌이 컸습니다.
본문 중에서,
크게 남는 문장을 남겨보겠습니다.
문장이 되든 말든, 앞뒤가 맞든 말든, 아무 글이나 무작정 많이 쓰는 겁니다. 단, 남에게 보여 주면 매우 심한 굴욕을 당하니, 절대 보여 주지 마세요. 그리고 왕창 쓴 다음 왕창 버리세요. 원래 두려움은 남의 시선과 집착에서 오기 마련이거든요. (중략)
'글쓰기는 두렵지 않으나 결과가 형편없다' 여기는 초급자분들은 분량에 맞춰 글 쓰는 연습을 해 보세요. 워드 프로세서 띄우고 편집 용지 크기를 A4로 맞추면 원고지 분량으로 대략 8매에서 10매쯤 됩니다. 한 줄도 넘치거나 모자라지도 않게 딱 이 분량만큼 쓰세요. 마음먹은 주제로 수필을 써도 좋고 옛날이야기 재화 작업을 해도 좋습니다만, 이때는 아무렇게나 쓰지 말고 최대한 공들여 쓰세요. (문장을 효율적으로 압축하는 요령, 구조에 맞춰 문장을 배열하는 요령 터득)
'문장을 좀 다룰 줄 안다' 여기는 중급자분들께는 잘 쓴 작품을 반복해서 읽기를 권해 드릴게요. 아마 독서를 하다 보면 창작 욕구를 솟구치게 하는 작품이 있을 겁니다. '나도 꼭 이와 같이 써보고 싶다!' 충동을 느끼게 하는 작품 말이지요. 그런 책이 자기 체질과 성향에 맞는 책입니다. 그런 작품을 거의 달달 이울 정도로 반복해서 읽으세요. 단, 줄거리와 내용 파악에 초점을 두지 말고, 철저히 형식을 중심으로 읽어야 합니다.
p.19 ~
작가는 글을 쓴다가 보다 이미지를 쓴다, 하는 사실을 꼭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p.76
일기 쓸 시간에 차라리 편지를 쓰세요. 구제적인 대상을 정하고 쓰는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은 차이가 많거든요. 친구, 연인, 자식, 부모 등등 누구한테라도 좋고, 꼭 부치지 않아도 좋아요. 다만, 주절주절 자기 감상이나 늘어놓지 말고 그 사람이 들어서 좋아할 만한 얘기를 하세요. p.79
대체로 짧은 이야기일수록 결말 처리부터 떠올린 뒤쓰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깔끔하고 단단해 보이거든요. 뭐, 꼭 깔끔하고 단단해야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흐지부지 끝나는 단편은 좀 싱겁잖아요?
이렇든 저렇든 대략 방향을 잡았으면, 이야기가 제 스스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게 상책입니다. 작가가 자꾸 개입하고 간섭하면 이야기는 되레 어색해질 뿐이거든요. 이야기가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는 게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가득하겠지만, 그냥 믿고 맡기세요. p.110 ~
사실 창작 공부할 때는 명작보다 동료 김똘똘이가 쓴 졸작이 더 큰 도움이 됩니다. 명작은 감히 따라잡을 수도 없어서 신 포도 노릇밖엔 못 하지만, 졸작은 '아, 나는 이렇게 쓰면 안 되겠구나!' 반면교사 노릇을 톡톡히 해주거든요. p.145
초보 분들은 전체 분량을 무시한 채 글을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대단히 안 좋은 습관입니다. 이렇게 쓰면 구도도 안 잡히고 리듬도 흐트러집니다. 미술에 비유하면, 화가가 캔버스 크기를 무시한 채 그림을 그리는 꼴이지요. (중략)
추천해 드릴 만한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음에 드는 옛날이야기를 하나 골라 10매, 20매, 30매 식으로 일정한 분량에 맞춰 써 보는 연습을 되풀이해 보는 겁니다.
p.154~156
시점은 일관성을 유지하되, 서술을 달리할 뿐이다! 카메라 위치는 고장하고 줌 렌즈만 밀었다 당겼다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p.219
작품에 인간이 등장하건 아니건 우리 삶을 통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인간을 다루는 겁니다. 얼마큼 깊고 넓게 통할할 수 있도록 해 주느냐가 명작과 범작과 졸작을 나누는 채점표가 되기도 하고요. p.233
낮은 연령 아이들한테는 짧게, 높은 연령 아이들한테는 길게 호흡을 가져가는 게 좋습니다. 예컨대, 저학년 아이들을 독자로 쓴다면, 한 문단을 서너 문장쯤으로 구성하는 게 좋습니다. p.274
작가의 눈으로 읽고, 독자의 눈으로 써라!
작품을 쓴다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낙서를 한다고 생각하세요. 솔직히, 습작 시절에 잘 써 봐야 얼마나 잘 쓰겠어요? 그런데 대개는 다들 한 작품 하려는 자세로 씁니다.
p.322
퇴고 횟수만큼 작품이 좋아지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퇴고만 하고 있을 수도 없잖아요? (중략) 결국 이럴 땐 그냥 부딪혀서 깨져 보는 수밖에 없어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퇴고한 뒤, 잡지나 문예 공모 같은 데 자꾸 응모해 보는 것이지요. p.325~
사실 저는 필사보다는 '반복해서 읽기'를 더 권하고 싶어요. 한 스무 번쯤 반복해서 읽다 보면 저절로 외워지거든요. 이때도 자기한테 와닿은 책이어야 질리지 않고 반복해 읽을 수 있고, 또 머릿속에 쏙쏙 잘 들어오겠지요. p.331
가벼운 입말로 쓰여 있지만,
적절한 예시로 재미로
동화를 쓰려는 사람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은 깊게 새겨집니다.
인상 깊은 구절에서도 소개했듯이,
미련 없이 버리라는 말씀이 지워지질 않네요.
몇 개 쓰지 않은 습작들을 버려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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