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상고사》
신채호
(박기봉 옮김)
목차
서평
독서 메모
서평
이 책을 만나기 전 단재 선생님을 극단적 민족주의적 역사학자로 오해했었습니다.
'아'와 '비아'와의 투쟁을 통해서 자성을 기르라는 말씀을 짧은 소견으로 해석해 버린 겁니다.
그러나 총론을 읽으면서 나름의 깨달음이 있었다면,
‘아’의 투쟁은 인류애를 위한 투쟁을 말씀하시는 걸 알게 됐습니다.
좀더 폭넓게 확장한다면 전 인류가 우리라는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비아’가 아닌 모두 ‘아’가 된다는 겁니다.
물론 저 만의 성찰입니다.
단재 선생님은 역사를 객관적으로 서술하기 위하여서는
사료의 선택·수집·비판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역사학연구의 방법론으로서의 실증주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이념과 방법을 제시하면서
과거의 사대주의적 이념에 입각하여 한국사를 서술한 유학자들과
당시 근대적인 역사학을 한다던 식민주의 사가들을 비판하고,
그 비판 위에서 이 저술의 성격(의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자주적인 관점에서 쓴 역사적 기록이 없고,
있는 기록마저
사대주의에 빠져서 옮겨 적기식인 기록물을
한탄하시는 것을 보면서
크게 공감하고 부끄러웠습니다.
비단 김부식만을 비판하는 게 아닐 겁니다.
과거 김부식이 그랬다면,
오늘날에는 강단 사학자나
주류 학자들이
그렇게 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오롯이 역사를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것.
그 외에 다른 목적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하심은,
국가의 위상을 위해서나 자신의 세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것임을
단호하고 엄중하게 전하고 계십니다.
특히 그동안 배우고 알고 지냈던
단군 기자 위만으로 이어진 기존 체제를 부정하고,
단군, 삼조선, 부여, 고구려로 잇는 새로운 역사 체제를 제시하십니다.
그래서 역사가들이
기자조선을 부인한다는
이야기를 가끔 대할 수 있었던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역사에 쓰일 재료가 빈약한 이유로,,역사의 과오를 꽤뚫고 계시는 선생은
후에 일어난 왕조가 앞 왕조를 미워하여 역사적으로 자랑할 만한 것은 무엇이든 파괴하고 불살라 없애 버리기를 위주로 하므로, 신라가 흥하자 고구려 백제 두 나라의 역사가 볼 것 없게 되었으며, 고려가 일어나자 신라의 역사가 볼 것 없게 되었으며, 이조가 일어나자 고려의 역사가 볼 것 없게 되어, 언제나 현재로써 과거를 계속 하려 하지 않고 말살하려고 하였다고 하셨습니다.
선생의 미망인께서 영전에
바친 제문을 읽고는
가정에 책임감 없던 단재를 조금 원망하기도 하고,
아버지 얼굴도 못 본 어린 아가의 생이 가엾기도 하고
홀로 남은 미망인의 삶은
또 어땠을지를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생각만큼 지루하지 않으니
역사 의식이란 거창한 사상은 유보하더라도
나라를 위한 우리 선조들의 행보가 어떠했을지 알고 싶다면
단연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 상고사》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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