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전쟁 – 김진명 지음
조(弔)와 조(吊)의 대립
요즘들어 가까운 친구들의 부모님들이 돌아가셨다는 소리를 자주 접한다. 그렇다보니 요즘은 장례식장에서 오래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만나기는 약간 먼, 친구들의 재회장소로서의 '딱' 알맞은 곳이 장례식장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장례식장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다.
장례식장 앞에 늘어선 근조화환을 보고 “근조”의 한자 ‘조’자가 두 가지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화환을 쭉~ 둘러보니
조자가 활 ‘궁’에 작대기 ‘곤’을 사용하는 ‘弔’ 자가 있고, 입 ‘구’에 수건 ‘건’을 사용하는 ‘吊’ 자가 있었다.
모임의 ‘근조기’에도 ‘吊’가 적혀 있었다. 동료 선생님은 한자의 기원이 옛 우리조상인 동이족이 건설한 은나라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는 거였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럴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떤 책을 봤냐고 물어보니, 《글자 전쟁》이라는 책을 봤다는 것이다.
“글자 전쟁”과 새드라는 책을 중고서점에서 바로 구입했다.
김진명 작가는 역사기반소설을 쓰는 작가라서, 분명 근거자료를 가지고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런 소설을 “팩션”이라 한다. 팩트 + 픽션 =팩션)
수건 건을 사용하는 ‘吊’ 는 사람이 죽으면 먼저 집 밖에 등불을 내걸고 그 위에 수건을 덮어서, 이를 안팎으로 알려 소란을 막고, 엄숙함을 유지하며, 사람이 다니는 곳에 망자의 이름과 ‘吊’라는 글자를 써 붙여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작별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한다. ‘吊’라는 글자를 보면 등불에 수건을 덮은 모양이다. 이는 옷감과 사람이 많은 곳에서 생겨난 글자이며, 즉 문물이 발달한 도시에서 만들어진 글자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활 궁을 사용하는 ‘弔’ 는 문물이 발달 되지 않은 곳에서 생겨난 글자이며, 활을 들고 시체를 지키는 장례 풍습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산중이나 들판에서 보였던 모습이라고 한다.
옛 고구려에서는 죽은 시체를 묻지 않고 나무 위에 걸쳐두거나, 바위에 눕혀 두는 '풍장'의 장례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책에서는 '풍장'의 모습을 자세하게 설명해 놓았는데, '풍장'은 옛날 고구려의 서맥족 사람들의 장례풍습이라고 하며, 이 부족 사람들은 활을 잘 다루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묻지 않고 나무 위에 걸쳐두거나 바위에 눕혀 두었다고 한다. 땅에 묻어 썩히는 것보다 더 온전하게 영혼이 왔던 곳으로 되돌아 간다고 믿었으며, 시체를 내다 버리긴 하지만 어제까지도 같이 지내던 가족이라 활을 들고 나가 영혼이 온전히 떠나가는 열흘 동안 부모의 시체를 들짐승이나 날짐승으로부터 지켰다고 한다.
이 모습에서 ‘풍장’의 글자 활 궁을 사용한 ‘弔’가 탄생했다고 한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구분하는 상징과도 같은 글자이며, 수건 건을 사용한 글자보다도 먼저 탄생한 글자이며, 우리의 먼 조상이 살았던 홍산문명의 글자라고 한다. 그리고 논을 뜻하는 (논) ‘畓’ 자는 한반도에서만 사용하는 글자라고 하면서 중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글자라고 한다. 이는 모두 사실이며,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소설을 썼다고 한다.
역시 소설이라 재미있다.
중요한 것은 “역사의식”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우리의 생각을 표현하는 옷이며, 개념의 집이다. 이러한 언어를 표현하는 글자는 바로 그 민족의 정체성인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의 85%는 한자에서 어원한 글자다. 민족, 국가, 자유 등등... 표기하는 글자는 한글이지만, 그 어원은 한자이며, 뜻을 가지고 있기에 한자를 알고, 글을 읽으면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즉 문해력을 높일 수 있다.
그 어원인 한자가 중국사람들이 사용하지만, 발생기원설은 은나라라고 한다. 은나라는 옛 우리조상인 동이족이 세운 나라다. 나는 작가가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그럴 가능성이 있기에 이런 소설을 쓰므로 국민들의 역사의식을 고취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우리친구들 모임의 ‘근조기’의 글자도 활 궁을 사용하는 ‘弔’로 바꿔야겠다.)
언젠가 문득 한자도 우리 민족이 만든 것이라고 친구가 지나치듯 말하길래 '뜬금 없는 소리' 로 치부하고 말았던 기억이 새삼스레 다시 떠올랐다.
소설 안에서 아주 풍부한 사료나 근거를 소개하고 있진 않지만, 중국의 역사를 고고학이나 유물의 증거에 따라 재구성해보면 터무니없는 헛소리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책을 덮고서 김진명의 대하소설 [고구려]를 시리즈로 읽어 봐야겠다는 강한 충동과 함께, [환단고기]와 지난
《엉터리 사학자 가짜 고대사》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북한 학자 이지린이 펴낸 [고조선연구]를 기필코 읽어봐야겠단 결심이 한층 굳어졌다.
https://www.youtube.com/watch?v=UbL69oZzf2M
참고자료 동영상(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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