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눌프>/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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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헤세가 생각납니다.
뜨거운 여름을 좋아해서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이 되면
가방 안에 노트와 펜을 넣고 자연으로 나간다는 헤세를 알고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가벼운 소설을 읽고 싶어질 때,,,
그러나 그의 글은 시대와 공간을 넘어서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성찰은
사람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없으면 발현될 수 없는 사유입니다.
역시나 헤세의 작품은 이런 사유와 성찰로 가독성을 더해줍니다.
《데미안》이나 《유리알 유희》, 《수레바퀴 아래서》, 《헤세로 가는 길》이란 작품을 읽고선, '헤세의 모든 작품을 읽겠노라'다짐했던 때가 아마 20대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세월은 제 다짐을 이행토록
그냥 놔두지 않네요.
헤세의 나이 38세,,,39세쯤 되었을 때 발표된 책. 특히나 수레바퀴아래서가 제일 좋았는데 이상하게 그의 소설들을 읽다 보면 중•고등학생 때가 떠오릅니다.
한창 사춘기일 때 시를 쓴답시고 긁적거리기도 하고 유명한 시들을 일기장에 옮겨 적기도 했던 그 시기... 크눌프를 읽다 보면 아름다운 산문시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래전 덕수궁 옆에 자리한 서울미술관에서 헤세전을 관람한 경험이 있는 데, 지인들에게 손 편지를 직접 써서 놔났던 작품이 전시되어 있더군요.
그런 소통을 하던 헤세에게 크게 공감됐었습니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나눈 손 편지에 대한 추억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은
'초봄, 크눌프에 대한 나의 회상, 종말'
이렇게 세 이야기로 묶여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이야기가 제일 좋았습니다.
폐병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크눌프가, 어렸을 때 살았고 첫사랑의 추억이 있는 고향에 찾아가 눈 속에서 죽음을 맞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제 유년시절 지내던 곳들이 필름처럼 뇌리를 스치더군요.
사람들은 죽기 전에 유년시절의 기억을 안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 같습니다.
보통 인간들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절을 기억하며 생을 마감하는데 크눌프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들을 생각하며 평화롭고 아름다운 죽음을 맞습니다.
진리를 찾는 구도자의 여정은 헤세의 문학세계에서 자주 나타나는 주제입니다.
인생에서 어른으로서의 첫발을 딛고 여러 고비들을 넘기고 살아내면서 이런 가치와 꿈을 품었던 시기에 헤세의 이런 문학 세계에 매료되었나 봅니다.
어느새 멀리 떠나버리고 남들과 비슷비슷한 가치로 세상을 판단하고
살아간다고 해도 헤세의 작품을 대할 때면 새롭게 젖어드는 게
그의 문학세계가 지닌 해력이겠지요.
자신의 삶을 독창적이고 자기만의 세계로 살아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터,,,,헤세는 말년까지도 자신의 문학세계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상세계를 아름답게 표현해 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도 그의 작품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싶고요.
그는 가정과 결혼의 행복에 대해 무두장이가 위엄 있게 이야기하던 것을 떠올리며 조금은 비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행복이나 미덕에 대해 자랑할 경우 대부분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점은 저도 같은 생각을 많이 합니다. sns
에 올라오는 지인들의 사진과 글에는 가장 좋은 표정과 글귀가 있지만 그건 보이기 위한 그림이다는 생각, 누구나 할 겁니다
양복 수선공의 경건함도 예전엔 그랬던 것입니다. 사람들이 어리석음 속에 빠져 있는 것을 구경할 수도 있고, 그들을 비웃거나 동정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결국 그들이 자신들의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p. 52)
"그래, 자네에겐 그런 면이 좀 부족한 게 사실이야. 그건 그렇고 소원이란 건 재미있는 면이 있어. 내가 만일 지금 이 순간 고개 한번 끄덕이는 걸로 멋지고 조그마한 소년이 될 수 있고 자네는 고개 한번 끄덕이는 걸로 섬세하고 온화한 노인이 될 수 있다면, 우리들 중 누구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걸. 그러고는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남아 있기를 원할 거야"
(p. 67)
"계획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야. 사실 사람들도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거든. 실제로는 바로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대로 매 순간 아주 무분별하게 행동한다고. 친구가 된다거나 사랑에 빠지는 경우든 사람은 자신의 몫을 철저히 혼자서 지고 가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는 없는 거야. 누군가가 죽었을 경우에도 그걸 알 수가 있지. 하루, 한 달, 또는 일 년 동안 사람들이 통곡하며 애도하겠지. 하지만 그러고 나면 죽은 자는 영원히 죽는 거야. 그다음엔 그의 관속에 고향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떠돌이 수습공이 누워 있다 해도 아무 상관없는 일이 되는 거야"
(p.71) -본문 중에서-
크눌프는 헤세 자신과 그의 수많은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과의 형제처럼 닮아있다고 합니다.
천성이 방랑벽이 있는 헤세나 이 작품의 크눌프는 직업과 결혼으로 자신을 얽매지 않고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것이 아주 닮아있습니다. 그런 삶이 부러웠던 시절도 있었으나, 가정을 갖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런 방랑벽이 있는 성향에 대해서는 공감되지 않고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전해주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크게 공감되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이라고 해도 배척하거나 경멸하려는 의도를 갖지 말아야 함을 크눌프로부터 다시금 배웁니다.
헤세가 쓴 '홀로'라는 시입니다.
인생은 결국 혼자 가야 하는
구도자의 삶이란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한 걸음,,,
홀로 갈 수밖에 없는 삶이라면
그 발걸음도
힘 있게 내딛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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