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독서량은 전 세계 192개국 중에 166위라고 합니다.
이 수치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한국 학생 열 명 중 세명은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성인 열에 일곱은 글을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몰라서
실질 문맹률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고 해야 합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은 독서뿐만 아니라 SNS 활동에도 예상보다
시간을 많이 쓰는 편이
아니라고 합니다.
여전히 TV를 오래 봐서
하루 3시간 2분가량이며
스마트폰 사용 시간인 1시간 54분 29초를 월등히 앞섭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독서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한 답변입니다.
2년 전만 해도
"시간이 없어서"
라고 대답한 성인이 가장 많았으나, 이번에는
"책 이외 다른 콘텐츠 이용"
이라고 답한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현재 인터넷과 동영상만큼
재미있는 것은 없어 보입니다.
정치와 사회, 산업, 문화 등의
분야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서에
끼치는 영향력도 무한해서
금지하고 절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알아야 할 대상이긴 합니다.
그러나 서사와 구성, 문장력 등을
배울 수 있는 교재로 가장 적합하지 않은 것을 꼽으라면 역시 동영상
일 수밖에 없습니다.
태생이 반응 미디어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반응 미디어란,
첫인상을 결정하는 3초의 영향과 흡사합니다.
두뇌를 거친 사고가 아니라
시각과 청각 등 외부 자극에 따른 사고로 발생합니다.
자극을 줄 수 있는 흥미롭고 핵심적인 내용만 골라서
연결하는 구성입니다.
활자를 통해서 절정을 향해 서서히 감정이 이입되고,
감동을 받은 후에 긴 여운을 남기는 등의 서사는 필요 없어지고,
필요한 것도 남는 것도 오직 반응뿐입니다.
리액션을 콘텐츠로 하는 동영상은 무수합니다.
잘 봤다고 해도 며칠 지나고 나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휘발되고 없어집니다.
망막과 시신경을 통해서
뇌를 잠깐 건드렸다가
바로 흘러버리기 때문입니다.
유튜브나 TV 등을 통해서 본 것은
활자의 특성과 책 읽기 와는
정확히 반대 지점에 있습니다.
유입되는 정보량이 워낙 많다 보니
천천히 살필 여유 없이 텍스트는 대충 훑고 쓰으윽 넘깁니다.
눈길을 끄는 콘텐츠를 발견하면 잠시 넋을 놓고 보지만,
끝나도 멈출 줄 모르고 또 다른 것을 찾아다닙니다.
그만큼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새 생각하지 않는 습관이 배고
정신이 혼란스러워져서 무엇하나 신중하게 집중하지 못합니다.
사용자의 이런 성향을 알기에
체류 시간을 높일 목적으로
더욱 직감적이고 자극적으로
되어 가고 이제 어휘들조차 단조로워집니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라는 말의 뜻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내면에 집중할 시간을 스스로에게
내어주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 후유증은 피할 길 없을 겁니다.
책은 남의 관점입니다.
관점은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그 사람이 보고 생각하는 태도나 방향입니다.
그래서 책 읽기는
무한한 나의 내면에
새로운 세상 하나가 창조되는 것입니다.
사유, 추론, 음미, 상상, 사색 등으로
내면을 수시로 다듬고 올바른
관점을 가진 사람은 왜곡된 보도나
인터넷에 노출되어도 크게 타격받지 않고 가벼이 휩쓸리지 않습니다.
과거 내면에 집중한 시간이
오늘 나에게 주는 혜택입니다.
매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가는 책은 과연 멸종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다시 성찰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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