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書),,,,동행을 꿈꾸다
동행(同行)
'내 인생의 진정한 동행자는 누굴까?’라는 큰 고민에 빠져본다.
부모님께서는 날 낳아주시고 보호해 주신 존재로 존경의 마음으로 받들어야 할 대상이지 동행자는 아닐 것 같다.
남편이라는 존재 또한 결혼이라는 제도 아래에 함께 살고 함께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진정한 동행인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내 의식이나 꿈, 가치관을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 무조건적인 사랑의 씨앗을 심어준 딸아이가
동행자인가?
내 부모님와 내가 그랬듯이 그 아이도 훗날 나와는 다른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이렇듯 나는 나를 잘 모른다. 아니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말해야 할 듯하다.
남들처럼 외모가 뛰어나거나 재능이 있거나 언변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 보니 타인의 주목을 받는 일은 살아가면서 거의 없었다.
잘난 곳이 없고 잘하는 것이 없기에 자존감은 늘 바닥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인가 많은 사람들과 모여서 어떤 일을 도모하는 것이 힘에 부친다.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없이 자리만 지키다가
돌아오곤 한다.
누군가와 대화를 주고받다 가도 시간이 조금 지났다 싶으면
그 자리와 사람들이 불편해진다.
결국 육체마저 지쳐버린다. 그래서 늘 적은 수의 모임을 선호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혼자서 어떤 일을 했을 때 에너지를 받고 희열을 느낀다.
당연히 혼자인 시간이 절실해진다. 언제부턴가 혼자만의 여행을 꿈꿨다.
성격 탓인지 상황 탓인지
잘 모르겠지만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 본 경험이 없다.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이고 그 무엇을 위해서
내 생을 바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느끼지만 그런 기회는 갖지 못했다.
한 가정의 주부로 내가 돌봐주고 도와주는 역할에만 충실했을 뿐 내 삶을 돌아보는 여유는 없었다.
그러나 이런 나의 성향이 내 삶을 지배하고 있으면서도
단 한 가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버리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독서였다.
물론 특별한 영역에서 전문가다운 독서는 못하고 있지만,
시를 읽거나 소설에 빠져서 밤샘을 하기도 한다.
내 가방 안에는 여느 여자들이 지니고 있는 립스틱이나 거울이 아니라, 책 한 권과 메모지, 펜 이 들어 있다.
물론 책 내용을 읽어도 쏙쏙 머리에 차지 않는다.
생활 속 내 이야기에 밀려서 바람처럼 휘발되어 버린다. 그러나 종이가 사라락 넘어가고 연필이 종이와 닿아서 사각사각 특유의 소리를 내며 또박또박 쓰여질 때 손가락에 힘이 생긴다.
내 어딘가가 바르고 정갈하게 다듬어지는 듯 한 기분이 든다.
최근에 읽은 어느 수필집의 내용도 나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누구의 삶이라도 글로 옮기지 못할 것은 없다
당신의 삶 또한 그러하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삶을 이어가고 있거나
재능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가장 오랫동안 내 가슴속에 품고 있는 읽기와 쓰기야말로 내 진정한 동행자가 아닌가 싶다.
오랫동안 같은 생각을 하며, 같은 시간을 보내고
비슷한 고민을 하며 지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내 동행자일 것이다.
책을 선정하고 내용이 담고 있는 것을 우리 사회에서 보여지는 것을 상상한다.
책과의 대화 속에 빠지는 일은 행복이다.
언젠가부터 내 꿈은 작은 마을에 있는 도서관이나 책방에서 이야기책을 읽어주는 할머니로 늙어가는 것이었다. 원대한 꿈은 아니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내 생의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이들과 동행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시대가 변하여 이제 책 읽어 주는 똑똑한 기계들이 등장하지만 그 안에서도 내 꿈은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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